2. 논술문 작성법 요약

6) 수동태 문장은 피해라.

우리말 문장은 본래 수동태 문장은 없다. 수동태 문장은 영문의 번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번역문의 영향으로 우리 문장에서도 수동태 문장을 쓰기 시작했고 이제는 마치 우리식 문장처럼 쓰고 있다. 우리의 사고를 표현하는 데는 우리식 문장을 써야 한다. 학생들의 논술문을 보면 수동문과 능동문을 섞어 써서 일관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

  7) 이중부정(二重否定)은 피하는 것이 좋다.

논술문은 논리적 문장이므로 표현이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부정어를 중복시켜 쓰는 것은 문의의 정확한 파악에 방해가 되고 쓸 데 없이 문장의 길이만 길게 만든다. 예를 들어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8) 현학적(衒學的)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문장은 될 수 있으면 쉽게 쓸수록 좋다. 자신이 유식하고 박식함을 과시하는 현학적 허세는 오히려 유치함만 더해 준다. 글은 어려운 것도 쉽게 표현할 때, 비로소 읽는 이에게 자기의 생각을 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수준에 맞는 적절한 어휘 선택의 훈련이 필요하다.


  9) 형용사는 구체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써라.

형용사의 남발은 문장의 논리성을 약화시키고 문장을 막연하게 한다. “그 기업은 훌륭한 기업이다.”라는 문장에서 ‘훌륭한’은 막연한 말로, 쓰는 사람이 홀로 그 말에 도취되어 쓴 것에 불과하다. ‘훌륭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밝혀 주는 표현이어야 한다. “그녀는 대단히 아름다운 여성이었다.”라고 쓰지 말고 “그녀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쌍꺼풀이 졌으며 피부가 곱고 청바지 차림이 어울리는 20세된 여성이다”라고 써라.

 

 10) 조사 ‘의’는 가능한 한 쓰지 마라.

우리말의 조사 중에서 ‘의’는 그 쓰이는 자리와 문장 속에서의 의미가 아주 다양하다. 그래서 때로는 ‘의’가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 ‘어머니의 사진’은 ‘어머니가 찍은 사진(주체)’, ‘어머니가 가진 사진(소유)’, ‘어머니를 찍은 사진(대상)’ 등의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의’를 피하고 그 뜻을 풀어쓰는 것이 논술문에서는 의미나 논리의 모호성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강원도의 설악산’은 ‘강원도에 있는 설악산’으로, ‘대구의 사과’는 ‘대구에서 나는 사과’로 쓰면 의미가 분명해 진다.


  11) ‘~이다,~입니다’를 혼용하지 마라.

글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는 아주 사소한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체의 혼용은 훌륭한 논술 내용까지도 허술하게 보이게 만들고 내용의 호소력도 반감시킨다. 이런 결점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눈에 띄기 쉽고 글의 설득력을 약화시켜 감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12) ‘했다’보다는 ‘하였다’를 써라.

논술문은 대단한 이론을 담고 있는 무게있는 글은 아니지만, 논리적 문장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글에서 줄어진 말을 쓰는 것은 글의 내용 전체를 가볍게 만든다. 아무리 풍채가 좋고 위엄을 갖춘 사람이라도 그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가졌을 때 그의 인상은 반감된다. 글도 마찬가지다.


  13) 숫자가 필요한 곳에는 반드시 숫자를 넣어라.

정확한 통계 숫자 등이 필요한 경우, 그것에 대한 지식이 없이 ‘대단히 많다, 다소 적다, 대체로~이 무척 많다’식으로 쓰는 것은 애매하기 그지없는 표현이다. 숫자는 논술문에 사실감을 부여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방면에 대한 정확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한 논술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잘못된 숫자는 오히려 논술문 전체를 거짓되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선생님은 단지 부정확한 지식으로 숫자를 인용하였다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내용을 거짓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4) 진부한 어구나 표현은 피해라.

판에 박힌 진부한 어구나 참신하지 못한 비유는 글의 내용을 유치하게 만든다. 많은 학생들의 글을 읽는 선생님은 그런 표현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세월은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따위의 글귀를 인용할 때 선생님은 거부감을 느낀다. 가능한 한 최신의 화제와 기발한 어구, 참신한 비유를 써야 주목을 받을 수 있다.


  15) 자기만의 조어(造語)는 쓰지 마라.

배우는 학생이 논술문에 자기 마음대로 만든 어휘를 남발하는 것은 건방진 인상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미의 전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비록 선생님이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전에도 없는 말을 마음대로 만들어 쓰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그의 의견은 논외(論外)라고 하는 소리도 있으나 나에게는 논내(論內)다’에서 ‘논내(論內)’라는 말은 없다.



  16) 문학적으로 쓰려고 하지 마라.

논술문은 문학적 문장이 아니다. 정서나 감동을 목적으로 하는 글이 아니므로 문학적으로 쓰려는 노력은 필요하지 않다. 논술문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진술하는 글이다. 문학적으로 글을 쓰려고 할 때 문장의 논리는 오히려 박약해 진다. 흔히 학생들 중에는 글을 쓰는 솜씨가 없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논술문을 쓰는데는 문학적 재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17) 불확실한 한자(漢字)나 숙어(熟語)는 쓰지 말 것.

논술문에 한자를 혼용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한자 혼용을 오히려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경우조차 있다. 한자 혼용은 한자로 써야만 그 의미가 확실한 경우에 한하는 것이 좋다. 언뜻 보기에 한자를 혼용했다는 인상만을 주기 위해서 한글로 써도 의미 파악이 가능한 말을 굳이 한자로 쓰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잘못 섞어 쓴 한자는 도리어 감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眞摯한 態度’라고 쓰고 싶을 때 ‘摯’자를 몰라 ‘眞지한 態度’라고 쓰는 것보다는 ‘진지한 態度’라고 쓰든지 말을 바꾸어 ‘성실한 태도’로 쓰는 것이 좋다.


  18)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관계는 명확히 하라.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거리가 지나치게 떨어져 있으면 의미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수식어가 어떤 말을 꾸며 주고 있는지 모르거나 두 가지 이상으로 볼 수 있는 애매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큰 해충의 피해로 수확이 줄었다’에서 ‘큰’은 ‘해충’을 꾸며 주는 말이 아니라 ‘피해’를 꾸며 주는 말이다. 따라서 ‘해충의 큰 피해로~’라고 쓰는 것이 옳다. ‘아름다운 꽃밭의 여인’은 아름다운 것이 ‘꽃밭’인지 ‘여인’인지 혼동할 수 있다. 빠른 시간 안에 글을 쓰는 논술문의 경우에는 이와 같이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19) ‘~으나, ~데’ 등의 애매한 표현은 확실한 접속사로 바꿔라.

‘~으나, ~데’는 그 용도가 무척 다양하여서 인과 관계, 역접 관계, 무색 투명한 연결의 역할 등 많은 곳에 쓰일 수 있다. 그야말로 천하 무적이다. 그러므로 이런 어미로 연결된 글은 문장이 아무리 길어도 막힘 없이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읽고 난 뒤 그 내용을 생각해 보면 정리가 되지 않는다. 막연한 느낌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어미를 써야 할 경우에는 이에 대신할 수 있는 접속어를 쓰는 것이 좋다.


  20) 객관적 사실과 자신의 의견은 구별하라.

우리말은 주어가 불명확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당분간 원료 구입은 삼가는 편이 좋다고들 합니다.’식의 표현이 사용된다. 자신이 그러한 제안을 하고 있음에도 누군가의 의견이라는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객관적 사실과 자신의 의견이 구별되지 않아 논지가 뚜렷하지 못하다. 논술문은 구체적,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끌어내는 글이다. 객관적 사실과 자신의 의견을 분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논점이 분명해지므로 논리의 전개도 분명해진다.


  21) ‘~적, ~성’과 같은 말은 애매한 인상을 준다.

‘인간적’이라는 표현은 ‘인간답다’는 뜻인지, ‘이성적’이라는 뜻인지, ‘인간으로서’의 뜻인지, ‘따뜻한 마음을 가진’이라는 의미인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 어떤 글에서나 이렇듯 애매한 인상을 주는 용어는 피해야 한다. 이러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려면은 ‘~적, ~성’같은 표현을 다른 말로 바꾸어 보다 뜻이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확실히 한문으로 된 이들 ‘~적’ 표현은 얼핏 논리적으로 보이게 하는 논리적 마술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이러한 표현은 현학적 애매함이란 짜증스런 인상을 준다.


  22) 은어(隱語)․속어(俗語)는 사용하지 마라.

논술문에 은어나 속어를 사용하면 논술문의 품위가 떨어진다. 사고의 유연함을 보여주고, 또 보다 명확한 인상을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즉 일종의 테크닉으로 속어나 은어를 사용해 보는 것이겠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쉬운 말로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논술문의 작성에서는 좋은 방법이다.


  23) 지나치게 단정적인 말은 오히려 설득력을 약화시킴.

분명히, 의심할 여지도 없이, 절대로, 당연히, 단연, 언제나, 반드시, 결코 등과 같이 단정적인 말은 글 전체의 설득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낱말들은 논리적으로 설득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억지로 설득하려는 인상을 준다. 이는 마치 싸움에서 소리를 질러 상대를 굴복시키려 함과 다를 바 없다. 제한된 시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 힘든 논술 고사에서는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들을 쓰기 쉬우니 특히 유의하자.


  24) ‘~라고 생각된다, ~라고 느껴진다’식의 표현은 정확성이 없다는 인상을 준다.

논술문은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글이 아니다. 논리성, 정확성이 요구된다. 자신 있는 주장이 필요하다. 추측이나 느낌으로 표현되는 글은 그만큼 자신이 없고 정확하지 못한 글이 된다. 명확하고 분명한 것을 ‘생각된다, 느껴진다’와 같이 표현하는 버릇이 있다면 빨리 고쳐야 한다.


  25) ‘~것 같아요’와 같은 표현은 쓰지 마라.

요즈음 젊은이들은 말끝에 ‘~것 같아요’를 붙이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실도 이런 말로 끝을 맺는 경우를 본다. 국어 성적이 나쁜 학생이 ‘국어 성적이 나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것 같다’식의 표현은 논술문에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26) 같은 접속사로 길게 연결된 문장은 사용 금지.

같은 접속사를 반복하며 문장을 길게 이어 나간다는 것은 글을 쓰는 이가 문장의 접속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논리가 조금도 발전되지 못하고 같은 곳에서 맴돌고 있다는 증거도 된다. 이런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다른 말로 바꾸어 보라. 그것만으로도 유치하다는 인상은 피할 수 있으며 논리가 발전되는 듯한 효과도 얻을 수 있다.


  27) 똑같은 말로 끝나는 문장을 둘 이상 계속하지 마라.

연설문의 경우는 같은 말로 끝나는 문장이 반복의 호소력을 더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할 논술문에서는 단조로운 느낌을 주기 쉽다. 어느 한편을 다른 말로 바꾸거나, 문장이 지나치게 길지 않을 때는 한 문장으로 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28) 주어와 서술어를 명확하게 하라

모든 문장은 ‘무엇이’와 ‘어떻다’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무엇이 어떻다’라는 관계만 명확하게 표현하면 문장의 골격은 갖춘 셈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글을 읽어 보면 이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의 희망은 사회에 진출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생각한다.”라는 문장에서 ‘나의 희망은’과 ‘생각한다’는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맞지 않는다. ‘나의 희망’을 ‘나는’으로 바꾸거나 ‘되려고 생각한다’를 ‘되는 것이다’로 고쳐야 할 것이다. 문장이 길어지고 한 문장에 몇 가지 의견을 담는 경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29) 긴 설명이 필요할 때는 그에 어울리는 속담(俗談)이나 명구(名句)를 인용하라.

장황한 설명을 하지 않고는 의미 전달이 어려울 때, 어쩔 수 없이 긴 설명을 늘어놓다 보면 표현이 지나치게 번잡하게 되고 제한된 지면을 너무 많이 빼앗기게 된다. 이럴 때 이에 어울리는 속담․격언 ․명구의 인용은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속담이란 어떤 사실에 대한 교훈이 그 시대의 흐름을 통해 응축된 것이므로 표현하려는 내용과 잘 어울리기만 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 함부로 남용하거나 너무 진부한 것일 때는 역효과를 본다.


   30) 이미 잘 알려진 일반적 사실에 대한 설명은 간결하게

주지의 사실, 또는 논지와 직접 관계없는 사실의 설명은 될 수 있는 대로 간략하게 하는 편이 논지도 뚜렷해지고, 논술문의 균형도 유지되어 좋은 논술문이 될 수 있다. ‘오일 쇼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글에서 ‘오일 쇼크’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어져서는 안 된다. 불과 1,000자 내외의 짧은 글에서 어느 한편의 내용이 길어지면 내용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고 논제와 관계없는 엉뚱한 이야기로 칸만 메우는 글이 되어 버린다.

마지막 수정됨: 일요일, 14 4월 2024, 9:30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