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랑에 관한 시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 로리 크로프트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지금 당신이 당신이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당신 곁에서 내가
또 다른 나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내 삶의 목재로,
헛간이 아니라 신전을 짓도록
내가 날마다 하는 일을 꾸중함이 아니라
노래가 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떠한 신앙보다도 바로 당신이
나를 더욱 선하게 만들었고
어떠한 운명보다도 바로 당신이
더욱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손을 대지 않고 말 한마디 없이
기적도 없이 당신은 모두 해냈습니다
당신이 자기 자신에게 충실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이루어낸 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것이
참된 친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성숙한 사랑 - 앤 랜더스


원하는 만큼 가까워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지 말라

끊임없이 성가신 잔소리로
사랑을 망가뜨리지 말라
사랑은 조용하게 이해하는 것이며
불완전한 것에 대한 성숙한 포용력이니

그러한 사랑이야말로 우리에게
우리가 가진 것 이상의 힘을 주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돕도록 만든다

그의 존재로 인해 따스함을 느끼고
그가 사라진 다음에도 온기가 남아 있으면

그리하여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느껴진다면
당신은 이미 사랑 그 자체다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그는 이미 당신의 것이다


사랑      -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 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 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 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 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