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한 조선 여인의 편지

이 편지는 선조 2년(1586년)에 이응태(1556~1586)의 처가 쓴 것으로 31살의 나이로 죽은 남편의 관 안에 다른 친지나 가족들의 편지와 함께 안치되었던 것이다. 1998년 5월 안동시의 택지 개발을 위해 무덤을 이장하다 발견되었을 때, 시신 가슴팍에 편지가 얹혀 있었다. 남편의 병을 낫게 하려고 직접 머리카락을 잘라 짚과 함께 삼은 미투리도 시신의 머리맡에서 발견되었다. 조선 중기까지 아내가 남편을 "자네"라고 호칭한 사실이 확인되어 화제가 되기도 한 이 편지는 조선시대에


유교적 남존여비 의식이 사회를 지배했을 거라는 일반의 인식을 뒤엎고, 남편과 아내 사이에 진솔한 사랑의 언어가 오갔던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문서다. (편지 전문 및 사진 자료: 안동대학교 박물관 제공)


한 조선 여인의 편지


원이 아버지께


자네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자네 먼저 가시나요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자네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자네를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자네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자네를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자네를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자네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주세요

자네 내 배 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배 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이런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자네는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네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자네를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몰래 오셔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아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