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으로
5. 밥상공동체-식구
순간이 반복되면 위대한 습관이 된다 - 로리 데이비드
어느 평일 저녁, 나는 당시 열네 살, 열여섯 살이던 두 딸을 바라보다가 내가 부모로서 한 가지는 정말 잘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한가지란바로 매일 저녁 밥상 앞에 모든 식구들을 모여 앉게 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막 걸음마를 뗐을 무렵부터 가족 식사 시간을 마련했던 건 절박감 때문이었고 심지어는 어느 정도의 이기심 때문이었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항상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남편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은 지 얼마 안된 초보 엄마였고, 어울릴 다른 '엄마' 친구도 없었다. 나 자신을 위해 얼마간의 기쁨을 쟁취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험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저녁 식사 시간에 초점을 맞추기로결심했다. 그 시간을 화기애애한 순간과 달콤한 추억을 위한 시간으로꾸밀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딸들과 접촉하는 데 초점을 두려 했다.또한 나만큼이나 아이들도 내게 다가설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그 어렸던 아이들이 자라면서, 나는 우리가 실제로 함께 보낸 시간이 얼마나 적었는지를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십 대 자녀를 둔 엄마로서, 뒤늦게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면 아연실색해질 뿐이다. 함께하는 저녁 식사를 의식화하면 가족 모두가 귀가 시간을 지키게 된다. 저녁 식사는 안정감과 일종의 안전지대를,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신성한 공간을 제공해 준다. 이 의식은 우리 아이들에게 설령 가족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한 가족일 것이며 저녁 식사도 제때 차려지리라고 생각게 함으로써 우리 부부의 이혼과 그 뒤의 생활을 겪어 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집 식탁은 우리 모두가 다시금 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내 전남편, 우리 아이들, 그리고 이제는 내 새 연인과 그의 딸까지 함께할 수 있는.
부모로서 염려하게 되는 모든 문제는 가족이 모두 모이는 규칙적인 식사 시간으로 개선될 수 있다. 실제로 이 주제를 연구한 논문들은 매우 놀랍고 결정적인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의식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광적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테크놀로지가 만연한 세계에서 그건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작가소개 : 로리 데이비드Laurie David는 환경운동가이자 천연자원보호위원회 이사, 다큐멘터리 <불편한진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프로듀서, 지구를지켜라! 지구온난화 이야기의 공저자,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가족 만찬: 아이들과 마음을 통하는 훌륭한 방법을 쓴 저자이기도하다.
한국인의 밥상-식구를 말하다
(1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