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함께라면 높은 산도 못 갈 일 없어요

함께라면 높은 산도 못 갈 일 없어요

“태원이를 도와주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9년간 이어진 장애-비장애 친구의 아름다운 우정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동산고 3학년5반 김준성(18·오른쪽)군은 제대로 걷지 못해 전동 휠체어를 타야 하는 같은 반 김태원(18·왼쪽)군과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나 지금까지 학교에서 그의 손과 발 노릇을 해주고 있다. 준성군은 “학교 안에서 태원이를 도와줄 사람 손을 들어봐”라는 4학년 때 담임교사의 말에 손을 번쩍 든 이후 태원군과 함께해왔다.

준성군은 어렸을 때 뇌성마비를 앓은 후유증으로 거의 걷지 못하는 태원군을 위해 수업 도중 떨어뜨린 연필을 집어주는 것부터 화장실은 물론 영어회화나 컴퓨터 강의실 등으로 휠체어를 밀어주며 함께 이동했다. 그런 도움 덕분에 태원군은 영어 노래를 부르고 컴퓨터실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며 친구들도 사귈 수 있었다.

중학교 때 같은 학교로 진학했으나 같은 반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준성군은 태원군의 교실로 자주 찾아가 도와주며 우정을 쌓아 갔다. 준성군은 백일장에 나가고 싶어 하는 태원군의 마음을 읽고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전국 새얼문화백일장’ 행사장에 데려다줘 1등을 하는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고 한다.

동산고에 나란히 진학한 이들은 학교 쪽의 배려로 같은 반에서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다. 제주도 수학여행 때는 전동휠체어로 갈 수 없는 산에도 부축하며 함께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이제 공부나 이성문제, 대학 진학 등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며 서로 힘이 돼주는 ‘참 친구’가 됐다.

태원군은 “준성이의 등에 업혀 바라본 마라도의 모습은 무척 아름다웠고 그때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담임 선생님이 글 재주가 좋다고 칭찬해 주셔서 대학은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가려 한다”며 “준성이가 없었다면 대학 진학의 꿈은 꾸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성군은 “태원이를 좀더 편안하게 해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늘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태원이를 도와주며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특수교육학과로 진학해 태원이 같은 장애 학생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학교 최기형 교감은 “준성이는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며 공부도 열심히 해 반장을 맡고 있다”며 “교사들도 태원이에 대한 준성이의 우정에 흐뭇해 하고 있다”고 준성군의 따뜻하고 변치 않는 행동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영환 기자, <한겨레> 2010-11-16, 기사